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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 (아난드 딜바르, 정혜미 옮김)도서 리뷰 2024. 7. 17. 00:59
FEALAC RUN 독서마라톤 여섯 번째 나라는 "멕시코"이다.
정말 오랜만에 편안하면서도 가슴 따뜻해지는 소설책을 만났다.
FEALAC RUN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것 같은 책이다. 그간 멕시코 소설이나 문학에 관심을 전혀 둔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서관 십진분류법에 따라 문학 파트인 800대 근처를 서성이고 있을 때였다. "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라는 저자의 책이 한 눈에 들어왔다.
평범한 문체 속에 굉장한 깨달음이 있었다. 또한, 흔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크게 자각하는 순간이었다. '그래, 맞다, 그렇지.' 소설을 읽는 내내 공감하고 또 공감했다.
▶ 작가소개멕시코 작가
게슈탈트 심리치료사. 영적 지도자
인도의 명상가 오쇼의 가르침을 따라 수행했다.
이름 아난드 딜바르는 '더 없는 마음의 행복'을 뜻한다.
미국 애리조나 수족과 나바호족의 선댄스 의식에 참여하고 인디언의 정신세계를 탐구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사람들에게 자아의식과 내면에 숨겨진 힘, 자존감을 발견하도록 돕고 있다.
▶ 출판사 서평
“300만 명의 감동, 깨달음의 기적을 만나는 2시간”
“정신없이 빠져드는 블랙홀 같은 소설”
“감동의 쓰나미! 영혼이 씻겨나가는 느낌”
“놀랍다! 절묘한 스토리, 간결한 문체가 우리를 경험하지 못한 경지로 데려간다.”
“이 책은 여러 번 다시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분량이 짧고 문체가 단순하며 흥미롭다. 세상에 자신의 문제나 두려움, 수치심의 노예가 아닌 사람이 누가 있을까? 작가는 독자의 손을 잡고 마음의 우주를 민첩하게 헤쳐나가 건강한 자아와 만나게 해준다. 소설의 주인공은 우리 모두를 상징한다. 그를 통하여 인생에서 중요치 않은 것들의 허상에 빠져 주변에 가득한 기적을 보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진실을 목격한다. 이 책은 당신을 끊임없이 깨어나게 만들 것이다.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이 작품은 삶을 찬양하는 한 편의 시다.”
▶ 꿈 많은 작가
"온 김에 링거 주사를 좀 갈아주는 게 좋겠군. 어쨌든 누군가는 식물에 물을 줘야 할 테니 말야. · · · 식물인간, 사고, 의식불명에 빠진, 누군가는 식물에 물을 줘야." p.15
어쩌면 우리는, 신체가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의식이 있다고 해서 살아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진짜 살아있는 게 뭘까? 진정한 깨어있음은 무엇일까? 식물에 물을 주듯이, 식물인간에게는 링거 주사를 놓는다는 설정이 참신하고 재미있었다.
"바로 그 순간 라우라가 영혼에 대해 주구장창 말하던 게 떠올랐다. 나로서는 헛소리로 치부해버렸지만, 라우라는 충분히 명상을 하면 영혼의 안내자, 즉 자신의 '깊은 영혼'과 소통할 수 있다고 했다." p.21
영혼의 안내자, 깊은 영혼, 우리 인간은 모두 내면에 영혼의 안내자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매일을 살아내다 보니 그저 간과하고 지낸다.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내면에 좀 더 집중하다 보면 비로소 깊이 있는 소통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탓할 누군가를 찾지 않으면 돼. 사실 죄책감이란 다른 사람에게 거절당하는 두려움, 어린 시절 부모에게 거부되었을 때 삶이 위험해진다는 데에서 비롯된 두려움일 뿐이야." p.36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 탓하기를 좋아한다. 나 역시 그렇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핑계거리부터 찾게 된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그렇다는 합리화 말이다. 순간은 마음 편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점점 더 불편해질 뿐이다.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반성하고 인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옭아매는 족쇄를 풀자! 두려워해야 할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되지 못하고 원하는 걸 하지 않고 삶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진정한 자신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생각하고 있는 걸 말하고, 가진 걸 나눌 기회를 마냥 흘려보내지 않도록 하자." p132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되지 못한다. 원하는 걸 하기 보다 사회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것을 택한다. 내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하고 삶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낸다면 후회만 남는다. 이제 그만 족쇄를 풀자.
"하찮은 일로 안달하지 말고 관계를 즐기자. 당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들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려고 하고 사람들을 통제하려고 한다면, 당신의 삶은 갈등으로 채워질 것이다. 결정을 내릴 때 모두에게 최선이 되도록 해야 한다." p.133
하찮은 일로 안달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 물론 대부분의 상황, 그 당시에는 실로 하찮은 것이라 여겨지지 않지만 말이다. 지나고 나서야 정말 별거 아니었다고 생각할지언정. 어쨌든 안달하는 건 상대든 스스로든 많이 지치게 한다. 매사에 평정심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잔잔하면서도 긴 여운을 주는 책이었다. 서평처럼 여러 번 다시 읽어보기에도 좋을 것 같다. 극적인 전개가 있지는 않았다. 한 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음모를 꾸밀 때는 살짝 긴장감이 돌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극적인 요소 없이도 인생의 의미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보게 했다. 인생에서 중요치 않은 것들의 허상에 빠져 주변에 가득한 기적을 보지 못하게 된다는 메시지, 평범해서 지나치기 쉬운 말 같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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